푸르스름한 탁한 은백색의 금속 원소다. 금속 가운데 무거운 축에 들고 연하며 전성은 크나 연성은 작다. 공기 중에서는
표면에 튼튼한 어두운 회색 산화 피막을 만들어 안정하며 녹는점이 낮다. 연판, 연관, 활자 합금 따위로 쓴다.
설명
양성자가 82개라 양성자 숫자만으로는 매직 넘버가 최대인 원소다. 그중 동위체 납-208은 중성자의 수도 126개로 매직넘버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비상히 높다. 양성자 숫자가 83개 이상인 원소들은 안정된 동위체가 존재하지 않고 서서히 붕괴하며 넵투늄 붕괴 사슬과 자발적 핵분열을 하는 동위체를 제외하면 마지막에는 납이 된다. 이 때문인지 원자번호가 비교적 큰 원소 중에는 꽤 흔한 편이라 고대부터 많이 이용했다. 다만 이론적으로는 모든 납 동위체는 알파붕괴하여 수은 동위체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납-208의 경우 이론적 반감기가 대략 26 해년 정도인데 이는 비스무트-209의 약 130배이다.
4원 소설을 비롯한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에서는 황과 납의 조합물이 금이라고 여겼다. 연금술사들은 납을 금으로 만들기 위해 납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는데 그 와중에 퍼진 이야기가 바로 현자의 돌이다.
본래 납은 밝고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은백색을 띠지만 공기 중에서 재빨리 반응해 알루미늄처럼 표면에 산화 피막을 형성하는데 이 피막이 무겁고 광택이 없는 어두운 회색이기 때문에 납덩이같다. 는 관용구도 있다. 표정이나 분위기가 차갑고 무거울 때도 납덩이같다고 한다. 또 큐피드가 쏘는 사랑의 금화살과는 반대로 상대로 싫어하게 되는 화살이 납화살이며 납의 심장이라고 하면 냉정하고 무정한 사람이거나 인간미나 사랑이 없는 냉혈한을 이르기도 한다.
비교적 흔한 물질들 중에선 무겁기 때문에 무게추로 주로 이용된다. 가장 흔한 예가 낚시추와 잠수부의 웨이트 벨트, 하지만 지금은 환경오염 때문에 규제를 받았다. 물론 납보다 밀도가 큰 금속은 꽤 많다.
참고로 400도 이상으로 가열된 납 융해액 속에 물에 젖은 손가락을 넣었다 빼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라이덴프로스트
효과라고도 하는데 손에 물을 묻히고 잘 턴 뒤 순간적으로 손을 넣었다 빼면 안전하다. 물론 납은 충분히 가열된 상태여야 하고 너무 차가우면 손을 넣은 순간 손 주변의 납이 굳으며 뜨거운 납덩이가 손에 붙어 나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손에 있던 물이 순식간에 증발하면서 잠깐 동안 수증기 막이 발생해 손을 보호하는 원리다. 비슷한 이유로 액체질소에 손을 순간적으로 담갔다 빼는 짓도 가능하다. 비슷한 짓거리로 호기심 천국에서 녹은 납을 입속에 넣고 잠시 있다가 뱉어내는 차력사가 나온 적도 있었다. 이쪽은 납이 빨리 굳는 것을 이용해 이빨로 물고 있는 것이다.
이용
인류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금속들 중 하나로, 중금속의 대표주자 격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로 납축전지의 전극이 있다. 납의 생산량 중 35% 정도가 승용차나 트럭의 납축전지의 전극재료로 쓰인다.
대표적인 충전가능한 이차전지로 1859년에 발명되어 오랫동안 충전지의 대명사의 널리 쓰이고 있다. 양극에 과산화납
을 사용하며 묽은 황산 수용액을 전해액으로 한 것이다. 기전력은 2.0V, 이걸 6개나 12 개를 연결해 12V24V의 차량용
배터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전지는 옛날부터 알려져 있어서 품질도 안정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둘째로 전기 전자 제품에 쓰이는 납땜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이 용도는 엄청나게 줄었다. 예전에는 납땜의 주성분으로 대량의 납이 쓰였으나 요즘은 대부분 납을 포함하지 않은 무연납을 사용한다. 물론 무연납은 연납보다 높은 연도에서 녹기 때문에 연납보다 납땜하기 약간 더 어렵고 따라서 초보자들은 연납으로 납땜을 시작하지만 납땜을 자주 하는 곳에서는 RoHS 환경규제 때문에라도 엽납을 쓰지 않는다. 무연납이라고 다 같은 무연납은 아니고 조금씩 성분에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cpu의 커버와 코어 사이에 인듐이 섞은 납을 땜해 유사 용접과 같은 효과를 얻어내는 경우 혹은 발열이 장시간 가해지는 그래픽 납에 크랙이나 오픈이 잘 나지 않도록 녹는점을 더욱 높이는 등이 있다.
그밖에는 TV나 PC의 모니터에 사용되는 브라운관의 화면용 유리, 세라믹스, 거울 등에도 납이 사용되고 있다.
유리에 납성분을 첨가해서 만드는 납유리는 보통 무게의 18~40% 정도의 산화납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일반 소다유리보다 무겁지만 투명도가 높고 굴절율이 크고 일반 유리보다 무르기 때문에 갈거나 깎아서
가공하기 쉽다. 납유리는 흔히 크리스털이라고 부르는 고급 유리잔이나 유리병, 유리 세공 공예품, 샹들리에 장식
등에도 널리 쓰인다. 굴절율이 높아서 많은 모서리나 각이 나오게 깎으면 입사한 빛의 반사가 많아져 보석처럼
반짝여 보이게 된다. 단 납유리는 일반 유리에 비해 무르기 때문에 가공하기는 쉽지만 흠이나 쏠린 자국이 나기도
쉬워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굴절률이 높아 카메라나 망원경 등 광학장치의 렌즈 유리로도 많이 쓰이는데 역시
무른 납유리라 흠이 쉬워서 먼지를 닦거나 할 때 부드러운 천을 사용하는 등 조심해야 한다.
초기 화승총 시절부터 총알 재료로 쓰였는데 쉽게 녹여서 납구슬을 만들기 쉽고 간단한 공구로도 가공이 용이하고
무거운 데다 낮은 경도로 인해 낮은 가공정밀도로도 발사 시 총강에 잘 밀착하고 몸 안에서 오 스러지면서 큰 상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총알의 구경이라는 것도 납 1파운드로 얼마만큼의 총알을 만들 수 있느냐로 시작된 것.
현재는 쓰지 않는 계산법이고 지금 말하는 30 구경, 50 구경하는 것은 탄의 직경을 말하지만 저 초창기식 구경
계산법은 산탄총 탄환 명칭에 남아 있다. 예컨대 12 게이지 산탄총의 구경은 1파운드의 납으로 12발의 구형 슬러그탄
을 만들었을 때의 직경과 같다. 납 총알을 만들 때는 일종의 탑을 사용하기도 한다.
높은 탑 꼭대기에서 납은 녹인 뒤 바닥에 있는 수조로 액체 납을 떨어뜨리면 납방울은 낙하 과정에서 표면 장력으로
인해 구형이 되고 어느 정도 굳은 상태로 물에 떨어진다. 그래서 이 작업을 하는 탑을 Shot tower라고 부르며 머스킷
이 쓰이던 시대의 도시를 찍은 사진에서 간간히 볼 수 있다. 공법이 간편하면서도 균일한 품질의 구슬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어서 현대에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
독성
음식물, 대기, 분진, 매연, 페인트, 토양 등 납으로 오염된 매개체를 통해 신체에 흡수되면 중금속 중독인 납 중독
(lead poisoning)을 일으킨다.
인류가 이용해 온 역사가 긴 만큼 납은 과거부터 그 독성이 꽤 알려져 있던 물질인데, 한 예로 동의보감에서는
납 종류의 약재로연, 흑연, 연단, 밀타승이라 하여 피부병이나 구충약 등에 쓰이는 약재 중 하나로 적어 놓았지만
그와 동시에 독성을 주의하라는 기록도 같이 실어 놓았는데 하나같이 독성이 있으니 용량을 잘 지키고 오래 먹는 것
(구복)을 하지 말 것. "허약자는 복용하지 말라"라고 써 놓았을 정도. 지금은 아예 먹는 약으로 절대 쓰지 않는다.
중금속 중독에서도 유명한 사례이며 납 자체가 산업현장에서 많이 나오는 재료라서 더욱 위험하다.
두통, 현기증, 우울증, 정신 불안정과 더불어 복부 경련, 소화불량, 변비, 복통을 동반해 식욕 부진이 일어나며
입안에서 항시 금속성 맛이 떠돌고 빈혈이 발생하며 잇옴에 납선이라 불리는 검은 선이 나타나고 심해지면 말초신경을
침범당해 정신이상과 시력저하와 함께 손목 말단부터 신경이 멈추는데 보통 손목 아래로 처지는 형상으로 나타나기에
손목하수증이라고 불린다. 이것이 뇌까지 이르면 뇌손상을 일으켜 시각장애나 청각장애를 얻게 되며 정신이상을 일으켜
발작하거나 혼수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뇌손상은 어린이에게 잘 일어나며 어른에게도 발생한다.